현수는 엄마 영은을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지하철까지 고려하면 벌써 세 번째 환승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차창 밖을 감상하기 바빴다. 쏜살같이 방향을 역행하며 사라지는 풍경과 휴일 거리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활력 같은 것들. 현수를 황홀하게 하는 것은 그러한 생동이었다. 반면, 영은의 초점이 불분명한 눈동자는 버스의 움직임을...
꿈을 꿨다 바싹 마른 입 안 표면에 노란 세포 조직이 다닥다닥 일어나는 물기 하나 없이 비틀려지는 동안 내가 상실한 것은 감정 낭만 어쩌면 문학 긴 잠에서 해방될 수 있었을 때 물 한 잔에 사랑과 다짐과 필사한 시 한 편을 털어 넣었다 손톱 끝부터 수분이 채워지다 펜 하나 겨우 쥘 수 있는 질량이 생기자 또 다시 글을 쓰기로 한다 제멋대로 굴러가는 나의 개...
겨울 나무야 너는 그저 사랑할 대상이 필요했던 거지 얻어 걸리는 동결을 그냥 한 번 껴안아 본 거잖아 하필이면 그 냉각체가 나였고 뭣도 모르고 네 품 한 번에 녹아내렸다니 이런 바보같은 환절이 어디 있니
29.5° 한파가 스몄다고 길거리에 휴대폰 화면을 보며 걷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조금만 노출되어도 발갛게 어는 손들은 제 집이라도 찾아 들어가듯 각자의 외투 주머니 속에 안주해 있었다. 늘상 시선을 고정하던 물체 또한 주머니로 자취를 감추니, 앞만 보며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일말의 공허함과 뜻밖의 상실감에 멀건한 눈을 했다. 나는 그 곰탕같이 ...
안녕하세요, 사색가입니다. 달의 단면 수록작 15편과 달의 조각 수록작 26편의 공개분과 가격을 재조정하여 업로드하였습니다. 제가 포스타입에서 가격을 설정한 이유는 다시 표절 사태가 발생할 시 금전적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혹은 법적 소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앞서 발생한 두 건의 표절 사태가 명백한 범죄, 즉 고소 사유이었음에도 불구...
종말같은 태양이 도래하고 부정과 어둠이 포말처럼 일어나 작은 행성은 멸망의 그림자에 숨었다
삑, 하는 가벼운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6번 선수가 긴장하는 기색 없이 도약대로 걸어가 몇 번 가볍게 뛰어 올랐다. 힘찬 발돋움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오른 선수는 곧 유려한 동작을 선보이며 물속으로 낙하했다. 구멍에라도 쏙 찾아 들어간 것처럼 안정적인 물보라가 일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기계음이 높은 숫자의 점수를 읽었다. 이전 1위였던 점수를 6...
생기를 잃은 전라의 가지들이 얽혀오는 바람마다 붙들어 놓던 밤 가로등마저 발산을 포기하고 어둠을 승낙하기로 했다 콜타르가 치민 도시에 달마저 숨 죽인 도로에 별안간 광채가 점멸點滅한다
그러니까 넌 내 말을 들어봐 왜 물 고인 호수에 파랑이 이냐니까 어둠의 척살장에 왜 해가 뜨냐니까 발음하려 하면 질식이 날아들던 사랑이 왜 네 이름 앞에선 기꺼워지냐니까
문장을 우는 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